Page 49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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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러다가 잘못되면 남 탓으로 돌리기 일쑤다.

              1994년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일이다. 여러 대의 차량에 흠집을 내고 타
            이어를 찢는 사건의 범인으로 당시 15세의 미국 소년 마이클 페이가 치안

            당국에 검거되었다. 싱가포르 법원은 그에게 징역 4개월, 3천5백 달러의
            벌금, 그리고 6대의 태형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문제는 태형이었다.

            싱가포르에선 태형이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범죄에 대한 처벌로서 조용
            히 유지돼왔던 것인데 이 판결로 인해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뉴욕타임

            스를 비롯한 미국언론매체들은 연일 사설을 통해 태형을 비난하고 나섰다.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싱가포르에 노골적으로 압력을 행사했고 미

            상원의원 수십 명도 사면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는
            “단지 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태형을 면제해 준다면 어떻게 자국의 국

            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라며 정면 대응했다. 단지 미
            국정부의 체면을 고려해 태형을 6대에서 4대로 감형해 주는데 그쳤다.

              하지만 마이클 페이는 자신에 대한 미국정부와 국민의 관심을 저버렸
            다. 그는 미국에 돌아가서도 음주운전, 뺑소니, 마약범죄에 빠져들었다.

            그리곤 변명으로 일관했다. 그 변명이 한심했다. “마약과 가스를 해야만
            곤장을 맞던 기억을 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국민의 동정을 사기는커

            녕 분노만 불렀다.
              물론 태형이 청소년을 교화하는데 있어서 효과적이냐는 의문을 가질

            수는 있다. 그렇지만 잘못에 대한 성찰과 새로이 자신을 변화시키는 문
            제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린 것이다.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켰던 마이

            클 페이는 오히려 아시아의 작은 나라 싱가포르에 모든 책임과 원인을 전
            가하며 젊은 날 자신의 타락을 부채질했다. 과연 그럼으로써 얻은 결과는

            무엇일까? 자신을 재기할 수 없는 타락의 길로 더욱 몰아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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