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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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반조返照의 눈을 가질 때 거듭남이 있다. 모든

           변화의 주인공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남 탓으로 원인과 책임을 전가하면
           갈등만 증폭될 뿐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선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가

           시지 않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회자되는 이 말은 자
           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는 대목이다. 젊은이들이 새로운 신

           분제를 상징하는 말에 빠지면서 낙담하고 있을 때 정재원(1917~2017) 정
                       1)
           식품명예회장 이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해 주목받았다. “타
           고 난 금수저나 흙수저는 없어요. 뜻을 세우고 굽히지 않으면 길이 생기
           고 소원이 이루어집니다. 현실에 안주하는 무기력한 삶을 살기보다는 자

           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아가야 합니다.”            2)
             정재원이 20대 청년의사 시절이었던 1937년 서울에서 아기들이 잇달

           아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베테랑 의사들도 그 원인을 몰라 전전
           긍긍하고 있었고 정재원 역시 이 의문을 풀기 위해 40대에 미국으로 유학

           을 떠나게 된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한 도서관에서 유당불내증乳糖不耐症
           을 소개하는 의학서적을 접하곤 충격을 받았다. 우유나 모유의 유당을 분

           해하지 못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는 유당불내증이 20년 전 바로 그 아
           기들의 사망 원인이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유당불내증 치료에 매달린 그

           가 1966년 만들어 낸 것이 유당이 없고 3대 영양소가 풍부한 콩으로 만든
           두유인 ‘베지밀’이다. 이후 베지밀을 팔아 번 돈을 수 천명의 청소년들에

           게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그는 100세의 일기로 운명할 때까지 남의 탓을







           1)  의사 출신의 기업인. 대한민국 제10대 1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우리나라 최초의 두유인 ‘베지밀’을
             만든 정식품 창업주다.
           2) 매일경제, 2016.02.29. ‘흙수저 한탄하는 한국청년에게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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