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P. 53
술, 기념비적인 역사 서술, 비판적인 역사 서술이라는 세 방식이 있다고
설명한다. 호고적인 역사 서술은 보수 우파들이 좋아할만한 방식이고, 기
념비적인 역사 서술은 영웅주의자들이 좋아할만한 방식이고, 비판적인
역사 서술은 진보 좌파들이 좋아할만한 방식이 다. 니체는 저 세 가지 방
식의 역사 서술이 삶에 대해 갖는 장점과 단점에 대해 설명했는데, 그런
설명 중에서 필자에게 인상 깊게 다가왔던 내용은 한 동물과 사람 사이의
유머러스한 문답이었다. 필자는 그 동물을 개라고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
었는데, 니체라는 비장한 철학자에게 유머를 구사할 능력이 있다는 점이
놀랍기도 했다. 해당 대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당신 앞에서 풀을 뜯어 먹는 한 떼의 동물을 생각해보라. 이
러한 동물은 어제와 오늘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고, 주위를
뛰어다니며, 먹고, 쉬고, 소화하고, 다시 뛰어다닌다. 그리고
아침부터 밤까지 또 매일 마다 그렇게 지내고, 단지 잠시 동안
만 그들의 유쾌함과 불쾌함에 관심을 두고, 순간에 사로잡히
기에, 그런 까닭에 우울해하지도 지루해하지도 않는다. 이런
점을 사람이 알기는 어려운데, 왜냐하면 사람은 자신이 인간
이고 동물이 아니라는 점을 자랑스러워하고 동물의 행복을 시
샘하기 때문이다. [시샘하는 이유는] 사람은 동물 같이 지루하지
도 않고 아픔도 없이 사는 것 이외의 다른 아무것도 원하지 않
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게 사는 것을 헛되게 원하는
데, 왜냐하면 사람은 그렇게 사는 것을 동물 같이 원하지는 않
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동물에게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왜 너는 나에게 너의 행복에 관해 말하지 않고, 단지 나를 쳐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