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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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기만 하니? 그 동물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원
한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말하려고 원했던 것을 항상 즉시 잊
어버리기 때문이지! 그러나 그 때에 그 동물은 이 대답을 잊어
버렸고 말없이 머물렀다. 그래서 그 사람은 단지 궁금하게 여
길 수밖에 없었다.” 2)
한 마디로 말해 동물은 매 순간을 망각하는 자이기에 늘 행복하고, 인
간은 이런 행복을 부러워하지만 동물이 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다. 사실상 인간은 기억이 불행의 근원일지라도 기억하는 자로 남기를,
곧 동물이 아니기를 원한다. 이 점에 대해 니체는 이어지는 단락에서 다
음과 같이 말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해 궁금하게 여겼던 것
은 자신이 잊는 일을 배울 수 없고, 오히려 항상 과거에 집착
한 채로 머문다는 점이었다. 얼마나 멀리 또 빠르게 사람이 달
릴지라도 [과거라는] 사슬이 사람과 함께 달린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다. 순간은 순식간에 여기에 있고 순식간에 사라지고, 이
전의 것도 아니고 이후의 것도 아닌데도, 그럼에도 유령처럼
되돌아오고, 다음 순간의 고요를 방해한다. 반복하고 반복해
서 시간의 두루마리 속에서 한 페이지가 느슨해지고, 떨어지고
2) Friedrich Nietzsche, On the Advantage and Disadvantage of History for Life, translated by
Peter Preuss, Hackett Publishing Company, Indianapolis, 1980,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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