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고경 - 2019년 2월호 Vol.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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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작용), 근(根, 감각 기관), 경(境, 인식 대상) 등을 만날 때 생기하는 것입니다.
게송 중의 “‘전오식’은 때로는 함께[구俱] 때로는 단독[불구不俱]으로 작용
한다[혹구혹불구或俱或不俱].”란 전오식 사이의 관계를 밝힌 것입니다. 전오식
이 어떤 때는 함께 작용하고 어떤 때는 단독으로 작용한다는 뜻입니다. 다
시 말해 안식이 단독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안식·이식·비식이
동시에 작용할 때도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월 1일 해운대 바닷가에
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볼 때는 눈[안식眼識]이 단독으로 작용합니다. 그렇지
만 해를 보고서 송정에 있는 횟집에 가서 생선회를 먹을 때는 먼저 눈[안식
眼識]으로 그 회가 싱싱한가를 확인하고, 혀[설식舌識]로 그 맛을 즐깁니다. 또
는 TV를 볼 때 눈[안식眼識]은 화면을 보면서 동시에 귀[이식耳識]는 소리를 듣
습니다. 이처럼 감각이 단독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몇 개의 감각이 함께 작
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오식를 ‘혹구혹불구한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게송 중의 “파도[전오식]가 물[아뢰야식]에 의지하는 것과 같이[여도파의수如
濤波依水].”란 아뢰야식과 전오식의 관계를 물과 파도의 비유로 설명한 것입
니다. 마치 바다에 바람이 불면 그 바람의 상태에 따라 파도가 일어나는
것처럼, 아뢰야식에 여러 가지 조건이 접촉하면 그 조건의 힘에 의해 전
오식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깊은 수면에 빠지거나 기절하면 전
오식과 제 6의식은 활동은 사라집니다. 이상으로 표층의 마음인 전오식
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다음호에도 계속해서 표층의 마음인 제6 의식
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봅시다.
허암 불교학자. 유식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유식삼십송과 유식불교』·『마음공부
첫걸음』·『왕초보 반야심경 박사되다』·『범어로 반야심경을 해설하다』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마음
의 비밀』·『유식불교, 유식이십론을 읽다』·『유식으로 읽는 반야심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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