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고경 - 2019년 3월호 Vol.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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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이다. 현수법장은 설청전수의 이런 이치를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네 가지 범주로 설명한다.
첫째 삼라만상은 모두 부처님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부처님
의 마음이므로 ‘부처님의 마음을 떠나 밖에서 교화할 중생이란 없다[이불심
외離佛心外 무소화중생無所化衆生].’ 교화할 중생이 따로 없기 때문에 설할 가르침이
없는 것도 당연하다. 화엄의 눈으로 보면 일체 모든 것은 부처님의 마음이
드러난 것[불심소현佛心所現]이다. 무엇 하나 부처님의 마음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모든 것이 부처님의 마음이라면 그 모든 것들은 부처
와 중생이라는 이원적 차별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따라서 부처님의 마음
밖에 교화해야할 중생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은 중생일
지 모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중생의 눈에 비친 차별상일 뿐이다. 설청
전수의 가르침은 그와 같은 차별상을 넘어서 본질을 꿰뚫는 안목이다.
부처님의 마음과 중생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
부처님의 마음 밖에 중생이 따로 없으므로 모든 중생은 부처님의 마음
이 드러난 것이다. 따라서 진리를 설하는 부처님이 따로 있고, 진리를 듣
는 중생이 따로 존재하는 이원적 차별상은 있을 수 없다. 여기서 진리를
설하는 부처와 진리를 듣는 중생이라는 상하관계는 해체된다. 설하는 것
도 부처님의 마음이고, 듣는 것도 부처님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태생이 선생님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학생의 신분으로 있을 때 배움의 과정을 통해 비로소 선생
이 탄생한다. 따라서 배우는 학생이 없다면 가르치는 선생도 없고, 학생
의 배움이 없다면 선생도 없다. 나아가 배움은 선생님의 가르침에서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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