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고경 - 2019년 3월호 Vol. 71
P. 41

선방은 선승의 물외 공간으로, 세외지심世外之心을 함축한 세속 초월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성성적적의 공적한 환경은 차갑고 순수한
            감각을 제공한다. 이 차갑고 순수한 감각은 바로 깨달음의 여정에 들어가

            는 핵심적 요소이다. 이처럼 맑고 깨끗한 세계 속에서 화자는 서릿발 같
            은 삼척검, 즉 취모검으로 잡되고 산란한 생각머리[心頭]를 싹 잘라내고

            무생의 이치를 깨닫는다. 미혹을 깨뜨리고 돈오의 경계로 진입하는 선심
            을 묘사하고 있다. 취모검은 칼날 위에 머리카락을 올려놓고 입으로 ‘훅’

            불면 잘려지는 아주 예리한 명검을 뜻한다. 마음속 잡된 생각 모두 잘랐
            으니 화자는 마음과 풍경이 하나 되는 가운데 ‘영원’의 깨달음을 획득하게

            된다.
              진정한 선미는 청풍명월과 같은 맑고 차가운 청한淸寒의 경계에 있다.

            일상 속에서 자연 경물을 접하여 일어나는 감흥과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경
            계는 선기禪機 넘치는 직관력으로 포착하여 함축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물은 스님의 푸른 눈과 같고               水也僧眼碧

                산은 부처님의 푸른 머리일세               山也佛頭靑
                달은 변치 않는 한 마음이고               月也一心印

                구름은 만 권의 경이로다                 雲也萬卷經

                                                       - 「사야정」


              「사야정四也亭」은 한유韓愈의 「사시四時」 결구를 빌어 세간과 출세간의

            동일성을 암시하고 있다. 물은 스님의 푸른 눈을 상징한다. 열심히 수행
            하는 스님의 눈은 맑은 시냇물처럼 푸르고 맑다. 그래서 ‘벽안의 납자’는

            눈 밝은 수행자를 의미한다. 또한 청산은 불변의 체로, 부처의 푸른 머리



                                                                        39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