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19년 3월호 Vol.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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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頭靑]를 상징한다. 1구의 ‘푸른[碧]과 2구의 푸른[靑]의 낱말은 냉엄한 선

           적 세계와 맑게 갠 선적 각성을 상징하는 형용사이고 색상이다. 선가에서
           달은 영원히 변치 않는 불성을 상징한다. 하나의 달이 천강을 비추듯 모

           든 중생의 마음속에는 불성이 있다는 것이다. 마음의 달이 가장 투명하게
           빛난다고 하여 달을 ‘일심인一心印’이라고 하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구름

           은 온갖 모습으로 변화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중생의 근기에 따라 설
           법을 한 부처의 말씀을 기록한 것이 대장경이다. 구름을 만 권의 대장경

           에 비유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삼라만상을 진여일심의 현현으로 보는 휴
           정의 물아일체의 자연교감을 잘 표현한 압권의 시이다.

             구름과 산, 그 산이 머금고 있는 물, 그리고 달은 선승에겐 삶 그 자
           체와 하나가 되는 자연물이다. 텅 비고 집착이 없는 선의 마음으로 세계

           를 보면 어디에나 부처의 이치가 있고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깨달음,
           즉 ‘보리菩提’이다. 이것이 바로 ‘촉목보리’이다. 당나라의 시승 한산은 이

           러한 텅 비고 고요한 선심의 세계를 “내 마음은 가을 달과 같다[吾心似秋
           月]”는 시구로 표현하였다. 세속적인 욕망과 번뇌를 벗어버린, 텅 비고 고

           요한 마음은 곧 천강에 밝게 비친 달과 같다는 선심은 「청허가」에서 선명
           히 드러난다.



                그대 거문고 안고 큰 소나무에 기대앉았으니  君抱琴兮倚長松

                큰 소나무는 변하지 않는 마음이로소이다.   長松兮不改心
                나는 길게 노래 부르며 푸른 물가에 앉았으니 我長歌兮坐綠水

                푸른 물이여! 청허의 마음이로다                      綠水兮淸虛心
                마음이여, 마음이여! 내가 곧 그대로다                  心兮心兮  我與君兮

                                                              -     「  청  허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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