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19년 3월호 Vol.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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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과 함께 하는 인생 이야기 1



                『내 인생을 바꾼 108배』를 펴내고 나서



                                                        박원자 | 불교 전문 작가





             아마 서른 살 전후였을 것 같다. 나는 그때 무슨 일인지 해인사에 가

           있다가 법문을 하고 나오시는 성철 큰스님을 먼발치에서 뵈었다. 스님은
           상좌들의 부축을 받으면서 걷고 계셨다. 어머, 키가 크시구나, 도인도 연

           세가 드시면 남의 도움을 받는구나 하고 생각했던 게 스님에 대한 소박한
           나의 첫 느낌이었고,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내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이었다. 그리고 입적하시고 나서 그해 월간 『해인』 표지에 나온 큰
           스님의 얼굴 사진을 보고 네 살 된 큰딸애가 ‘엄마, 부처님이다!’ 하는 외

           침을 듣고, ‘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의 눈에 스님이 부처님으로 보
           이는 구나’ 생각했던 게 큰스님을 마음으로 다시 만난 기억이다.




             성철 큰스님을 만나다


             세월이 무심히 흘렀다. 정확히 2005년 봄에 큰스님을 다시 만났다. 그

           때 나는 초대 비구니 총재 인홍 스님이 주석하며 후학들을 지도했던 울산
           석남사에 가 있었다. 입적 10주년에 맞추어 인홍 스님의 일대기를 준비하

           는 것이 나의 임무였다. 생전에 스님을 뵙지 못했던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스님을 시봉하며 함께 정진했던 상좌 스님들을 취재했다. 선원장 법희 스

           님, 유나 현묵 스님, 법용 스님, 도문 스님, 불필 스님 등은 당신들의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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