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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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머지 하나이다.

             작은 아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다. 학부모들의 모임이 있어서
           학교에 갔는데, 모두들 모여 앉아 대학입시 문제로 이야기가 한창인데,

           아무 말 없이 앉아있는 엄마 한 사람이 있었다. 이야기가 다 끝나고 났을
           때 그 어머니가 담담히 한 마디 했다. “저는 우리 아이가 혼자 힘으로 학

           교에 왔다가 집에 돌아오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밥 잘 먹으면 다른 거
           는 바라지 않을 거 같아요.”

             평범해 보이는 저 일이 제대로 안 되는 아이의 어머니였던 것이다. 그
           이후 난, 한 생각 푹, 쉬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 평범한 일에 감사

           하자.” 그 뒤로 정말이지 좋은 학교, 좋은 직장 등 세상에서 재는 잣대로
           아이들을 평가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 문제로 아이들에게도 스트

           레스를 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두 애들 모두 재수 끝에 대학을
           갔고(남들이 말하는 일류대학이 아니었지만 나는 결과를 궁금해 하는 지인들에게 정

           확히 어느 대학 어느 과를 갔다고 미리 문자를 보내주었다), 대학에 다니면서 1년
           씩 휴학을 했고, 졸업 후 들어간 직장들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이

           아니었다. 친구들의 이른바 잘나가는 엄친아 소식을 들을 때 조금씩 흔
           들렸던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저 두 가지 기둥으로 바리게

           이트를 쳤고, 안심을 얻었다. 가끔씩 나는 그날 학교에서 만났던 그 어머
           니가 자식에 대한 내 욕심을 내려놓게 한 관세음보살이 아니었을까 생각

           해보곤 한다.
             어쨌든 큰애는 백일기도가 끝나고 다시 백일기도를 시작하던 중 재취

           업에 성공했다. 먼저 번 직장보다는 모든 면에서 대우가 좋고 무엇보다
           일하고 싶었던 직장이어서 다행이다. 언젠가 저와 둘이서 휴가 때 선방에

           같이 가서 정진하자고 한 약속이 한 발자국 다가선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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