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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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애의 취업으로 한숨 놓고 있지만, 이제 다시 직장생활을 거쳐 결혼

            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이 하고 있는 것처럼 손주 보아주
            는 일을 두고 고심을 하게 될 것이다. 며칠 전 중학교 동창 결혼식에서 만

            난 친구들 절반 정도가 손주들을 보아주고 있었다. 내 자식, 내 며느리가
            직장 생활이 단절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혹은 너무 힘들어하는 자

            식들이 안타까워 손주들을 봐주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 젊었을 때 나이 들어 아이들에게 해방이 되면 일 년에 6개월(동

            하안거 3개월씩) 선방에서, 6개월은 집에 있으면서 읽고 친구들과 여행 다
            니고 해야지 했었다. 지금도 그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친구들이나 주

            변 사람들을 보면 저 계획을 실천하기가 쉬워보이진 않는다. 이런 일을
            두고 스님들은 “언제까지 자식들에게 끊임없이 집착하면서 묶여 살 것인

            가” 하고 꾸짖으신다. 요즘 듣고 있는 혜암 스님 법문에서도 ‘내 마음을
            찾는 일보다 더 시급한 일이 세상에 없다’ 하시면서 자식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남은 시간 정진할 것을 권하셨다.
              곰곰이 생각해본다. 자식이 사회생활하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아이 맡

            길 데가 적당하지 않고 남에게만 맡기는 것이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
            식의 아이를 돌봐주는 것이 과연 집착일까? 스님들께선 나이들수록 자식

            에 대한 집착은 이제 그만 끊고 자신을 찾는 공부에 매진하라고 하시는
            데, 손주를 남의 손에 맡겨놓고 내 본 마음 찾자고 선방에 가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왜 미리 걱정하느냐 하고 할 테지만 곧 나에게도 닥칠 일이
            고, 모든 초보 할머니들이 선택해야 할 과제다.

              나는 이 시점에서 타협점을 찾아보는데, 모델은 수행과 생활면에서 균
            형 있게 살아가고 계신 나의 도반님이신 금륜행 보살님이다. 사남매의 어

            머니이신 올해 76세이신 보살님은 여러모로 그동안 나의 인생이나 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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