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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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음미하는 부처님 말씀 11



             극심하게 흔들릴 때 부르는 이름 - 아미타불



                                                      윤제학 | 작가·자유기고가





             “불휘 기픈 남 매 아니 뮐 곶 됴코 여름 하니.”

             『용비어천가』 제2장의 첫 문장입니다. 아마도 우리가 아는 옛글 가운
           데 가장 유명한 구절일 겁니다. 단단한 문장입니다. 빼고 더할 것이 없다

           는 뜻에서 그렇다는 얘깁니다. 성공한 문장입니다. 속내가 빤히 내보이는
           말을,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도 몰염치로 우세 당하지 않을 만하니, 그만

           하면 성공이겠지요. 『용비어천가』의 125장 전체가 이 한 문장으로 버틴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 모든 성취가 비유의 힘에 의지하고 있습

           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린다고?



             『용비어천가』의 창작자들이 조선을 ‘뿌리 깊은 나무’에 비유한 건 명민
           한 선택이었습니다. ‘나무’라는 익숙하면서도 믿음직한 비유 대상으로,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럴 듯한 얘기로 들리게 할 멍석을 마련한
           것이지요. 용비어천가의 서사가 당대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만큼 움직였

           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의 시각에서는 당연히 애처롭지요. 건국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일일이 중국의 고사에 빗대고 있으니까요. 물론 왕권

           을 절대시하여 권력을 마구 휘두르지 않고 문학적으로 설득하여 민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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