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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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를 드러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산소의 농도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콘크리트가 다량의 산소를 흡수하는 한편, 식물들
            은 충분한 산소를 만들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유기물을 포함한

            토양의 미생물도 산소 농도 저하에 큰 몫을 했습니다. 바닷물의 이산화탄
            소 흡수 능력은 턱없이 모자랐고 과도한 이산화탄소는 바닷물을 산성화

            시켜 산호를 녹게 만들었습니다. 숲의 규모가 작아서 새들은 죽었습니다.
            불개미는 늘어났지만 곤충은 사라졌습니다. 곤충이 사라지면서 식물들의

            수정은 어려워졌습니다. 식량 생산량도 점차 줄어들었고 실험자들의 살
            가죽과 뼈는 가까워졌습니다. 실험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

            다. 결국 심신 모두 사막화되어 바이오스피어1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
            리됐습니다. 8명의 실험자를 2년 동안 유리 돔 속에 살게 하는 데 쓰인 돈

            2억 달러는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졌습니다.
              바이오스피어2 실험을 단순히 실패라고 보는 것은 단견입니다. 지구

            생태계의 가치를 제대로 알게 되었으니까요. 인드라망처럼 연결된 지구
            생태계는 결코 시험관 속에 복제할 수 없고, 한정된 공간에 재현한 생태

            계조차도 통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그 배움의 핵심일 것입니다.
              이제 이 글에서 바이오스피어2 얘기를 꺼낸 까닭을 밝혀야 할 것 같습

            니다. 바이오스피어2에 구현된 열대 우림의 나무들이 죽은 이유입니다.
            바이오스피어2의 허파 역할을 할 나무들은 푸에르토리코와 아마존에서

            옮겨온 것이었는데, 그 나무들이 죽은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흔들
            리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연적인 바람이 주는 자극이 없어서 나무

            들이 적절히 뿌리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분석 결과였습니다.
            잘 흔들리는 것. 그것은 실존적 호흡입니다.

              다시 첫 얘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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