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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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 많은 꽃이 피어 또 많은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사실 너무 당연한 얘
기여서 하나마나 한 말이기도 합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릴 것’이라는 믿음은 결과주의적
사고의 한 전형입니다. ‘돈 많이 벌면 부자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 ‘어떻게 깊이 뿌리내렸는가’ 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분야에서든 그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상식적으로 다 아는 얘기입니다. 정녕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사실은 흔들려야만, 잘 흔들려야만 깊이 뿌리 내릴 수 있다는 점입
니다.
나무는 잘 흔들려야 뿌리가 깊어진다
1987년 미국 애리조나의 사막 한 가운데에 거대한 온실 같은 구조물
이 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총 면적 약 1만 2,700㎡(약 3,800평) 규모로 인
공의 작은 지구 생태계를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습니다. 이 안에 사
막, 열대 우림, 사바나, 습지, 삼림, 농지는 물론 호수와 산호가 사는 바
다까지 들여놓았습니다. 지구 생태계의 모든 요소를 통제 가능한 공간에
집어넣은 것입니다. 1989년에 완공된 이 구조물의 이름은 바이오스피어
2Biosphere2였습니다. 지구를 바이오스피어1로 보고 이에 대응하는 인
공 지구라는 의미에서 바이오스피어2로 명명한 것입니다.
1991년, 과학자와 의사를 포함한 8명의 실험자들이 2년을 계획으로,
마치 다른 행성에 지구를 옮겨 놓은 것과 같은 바이오스피어2로 생존 실
험에 들어갑니다. 먹을 것까지도 자급자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비
장해 보이기조차 하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인공 지구가 짝퉁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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