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P. 81
으로 선도, 불선[악]도 아닌 무기에만 작용하는 마음인지 알아봅시다.
말나식manas-vijñāna에서 ‘말나’란 범어 √man(사량하다·생각하다)’에
서 파생한 명사 ‘마나스manas’를 음사한 것이며, 식이란 마음[심]과 같은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말나식이란 ‘사량[생각]하는 마음’이라는 뜻입니다.
보다 자세하게 말하면 말나식은 ‘자기를 무조건적으로 사량하는 마음’입
니다.
말나식 - ‘항심사량’하는 마음
『유식삼십송』의 주석서인 『성유식론』에서 ‘말나식은 어떻게 자기[자
신]를 사량하는가?’라는 물음에 “항심사량하는 것이 나머지 식[마음]보다
뛰어나다”고 주석하고 있습니다. 항이란 항상 항자이기 때문에 ‘언제나·
항상’이라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 말나식은 잠을 자거나 깨어 있거나
착한 일 하거나 나쁜 일을 하거나 ‘언제나’ 자기중심적으로 사량하는 마음
이라는 뜻입니다. 심이란 ‘매사에 집요하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무슨
일을 하던 깊고 깊은 심층에서 ‘언제나 집요하게 자아에 집착한다’는 것입
니다. 그래서 말나식은 ‘언제나 집요하게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마음
[항심사량심]’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방식은 다를지 몰라도 모두 자신을 사랑합니다. 인간
이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그래서 우리들
은 자기에게 얽매이고 자기중심으로만 사량[생각]합니다. 이처럼 우리들
은 오로지 자기에게만 관심을 갖고 타인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바로 이
런 역할을 하는 마음이 말나식입니다. 이런 말나식은 자기중심적으로만
사량하고, 집착하기 때문에 깨달음을 방해하는 마음입니다.
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