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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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구석이 있다. 나귀와 말을 인간보다 못한 짐승 또는 짐승처럼 우
매한 인간으로 빗대던 선가禪家의 여러 관용어들이 근거다. 임제臨濟 선사
는 제자인 삼성三聖을 ‘눈먼 나귀’라 비난했고, ‘나귀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말의 일이 와 버렸다’는 ‘여사미료驢事未了 마사도래馬事到來’는 좀
체 견성하지 못하는 자들에 대한 핀잔이다. ‘나귀와 말의 전후를 쫓는 사
람’이라는 여전마후한驪前馬後漢도 ‘멍청이’에 해당하며 2차적으로 주인에
딸린 종을 가리킨다. 또한 죽어서 내생에 축생畜生이 된 자는 여태마복驢
胎馬腹이라 불렀다. 내가 글감으로 조주를 택한 건 결정적으로 조주석교
때문이다. 마음에 탱크가 지나가도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면.
곰글 1975년생. 연세대 철학과 졸업. 2002년부터 불교계에서 일하고 있다. 9권의 불서佛書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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