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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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자원봉사자 중에는 내가 지금하고 있
는 봉사가 정말로 그 사람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나의 기쁨 때문이지 헷
갈릴 때가 있다고 합니다. 이런 고민을 하는 분이 꽤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사실 우리들이 누군가를 위해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도와주
고 나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왜 기분이 좋고 뿌듯할까요? 바로
깊은 내면에 자기만족, 자신의 기쁨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의식으로는 알아차릴 수 없지만 착한 일을 하든 나쁜 일을 하든 매사에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마음이 말나식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봅시다. 여러분들이 어느 날 육교를 건너가고 있다
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그때 마침 초라한 노숙자가 구걸을 하고 있었
습니다. 불쌍한 마음이 들어 그 노숙자에게 천원을 보시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노숙자가 불쌍해서 천원을 보시했다는 것은 표층의 마음 작용인
의식의 활동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들의 의식으로 생각하면 노숙자가 불
쌍했기 때문에 천원을 보시한 것입니다. 그러나 심층의 마음 깊은 곳에
서 말나식이 은밀하게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사실은 그 노숙자가 불쌍해
서 보시를 한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의 기쁨을 위해 보시를 했다는 것입니
다. 왜냐고요! 내 의식으로는 알아차릴 수 없지만 심층의 어딘가에서 ‘내
자신의 기쁨, 내 자신의 만족’을 위해 사실은 보시했다는 것입니다. 이처
럼 요가를 실천하는 사람들은[유가행파] 심층에서 언제나 집요하게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발견하여 그것을 말나식이라고 이름 붙였
습니다.
그렇지만 이 말나식은 나쁜 마음이 아닙니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습
니다만 말나식은 선도 악도 아닌 ‘무기’, 특히 유부무기입니다. 요즈음 말
로 하면 ‘더러운 마음’입니다. 그래서 말나식을 더러운 마음이라는 뜻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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