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P. 92

『백일법문』 해설 72



                     『화엄경』의 정수 법성게와 중도



                                               서재영 | 동국대 미래융합교육원 교수





             해동화엄의 초조로 추앙받는 의상 스님이 지은 법성게는 화엄사상의

           정수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법성은 원융하여 두 모양이 없
           다!”로 시작하는 법성게는 법성法性, 즉 존재의 성품에 대한 실상을 밝히

           는 것인데, 첫 구절부터 중도사상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법성게는 일반적 게송처럼 텍스트로 서술된 문장이 아니라 「화엄일승

           법계도」라는 일종의 기하학적 그림으로 되어 있다. 의상 스님은 방대한
           화엄사상의 핵심을 7언 30구로 요약하여 정사각형의 그림 속에 새겨 넣

           었다. 사각인四角印으로 불리는 그림을 ‘일승법계도’라 부르고, 그 속에 새
           겨진 게송부분을 법성게라고 부른다. 210자로 작성된 법성게는 사각인

           한 가운데에 배치된 ‘법法’자에서 시작하여 54번 직각으로 꺾어지는 전개
           를 거쳐 다시 법法자로 돌아오는 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텍스트도 중

           요하지만 형식적 틀 속에도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가마솥의 국 맛을 아는 법



             예로부터 법성게는 화엄사상의 핵심을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은 “일승의 요긴함과 중요함을 포괄했으니 천

           년의 본보기가 될 만하다.”고 했으며, 성철 스님 역시 『백일법문』에서 “화



           90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