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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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인 중도상에 올라앉아야 한다[궁좌실제중도상窮坐實際中道床]. 삼라만상
이 그대로 보배로 장엄된 궁전임을 볼 수 있는 경지가 될 때 비로소 중도
를 증득한 것이다. 이 경지는 아득한 옛날부터 확고부동한 경계이므로 부
처님이라고 부른다[구래부동명위불舊來不動名爲佛]는 것이다.
중도를 완전히 성취하여 중도상에 앉은 사람이 곧 부처라는 것이 법성
게의 대미를 장식하는 결론이다. 성철 스님은 법성게는 ‘화엄종의 엑기
스’이자 ‘화엄종의 근본 골조를 총망라해서 만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
다. 이 말은 화엄의 핵심을 담고 있는 법성게의 결론은 중도를 깨달아야
존재의 실상을 알 수 있으며, 중도를 깨달은 사람이 바로 부처님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성철 스님은 “중도中道는 근본적으로 화엄종의 골수이고,
동시에 불법 전체가 중도를 중심으로 삼아 모든 체계를 수립하고 모든 교
리를 조직했다.”고 결론짓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와 같은 궁극적 경지인 중도를 깨달아 중도상
에 앉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성철 스님은 간화종장看話宗匠답게 “중도를
알려면 결국 좌선을 하고 참선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 짓는다. 화엄
학은 불교철학의 심오한 사상체계이지만 그것은 결국 중도에 대한 자각
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마음도 아니고 물건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니, 이
것이 무엇인고?’라는 화두를 놓치지 않고 수행에 몰두해야 그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재영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등을 거쳤다. 저
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www.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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