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고경 - 2019년 4월호 Vol.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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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식 이야기 11
유루에서 무루로 - 눈물 없는 세상을 위한 여정
정은해 | 성균관대 초빙교수·철학
세간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지만, 불교에서는 자주 사용되는 낱말이 유
루有漏와 무루無漏라는 것이다. 유루란 누출이 있다는 말이고, 무엇의 누
출인가 하면, 번뇌와 고통의 누출이라고 한다. 간단히 눈물의 유출이 있
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상응해 눈물이 없는 것을 무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눈물을 있게 하는 법을 유루법이라 하고, 눈물을 없
게 하는 법을 무루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루법에 해당하는 것은 3성, 곧 선(유루선, 무루선), 악, 무기(유부무기, 무
부무기) 중에서 유루선, 악, 유부무기, 무부무기이다. 무기無記란 선이나
악으로 기입될 수 없다는 말이니, 선이나 악으로 분류될 수 없다는 말이
다. 유부有覆란 가림이 있다는 말이니, 곧 무분별지를 가린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무부無覆란 무분별지를 가림이 없다는 말이다. 전6식의 성품
은 유루선, 악, 유부무기에 통하고, 제7말나식은 유부무기이고, 제8아뢰
야식은 무부무기라고 한다.
그렇다면 3성은, 곧 선, 악, 무기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별되는 것인
가? 이에 대해 현장玄奘이 편찬한 『성유식론』에서는 두 세계에서 지속될
수 있는 성품을 지녔는가를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6전식은 [3성 중에서] 어떤 성품에 포섭되는가? 말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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