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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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불교 예술의 보고로, 화려한 색채의 벽화와 섬세한 조각, 소조 등이 즐

           비하다. 둔황 석굴에서는 예술품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귀중한 문헌 유물도 출토되었다. 막고굴 장경동藏經洞에서 발견된

           유물 중에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불경을 비롯해 둔황 지역의 문화 교류와
           융합의 역사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료가 가득했다. 『실크로드 둔황에서

           막고굴의 숨은 역사를 보다』(p.112, 사진)의 저자는 둔황 지역의 유적을 보
           존하고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둔황연구원과 현

           재 둔황연구원 명예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둔황의 딸’ 판진스로, 이들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둔황과 실크로드에 관심을 갖고 쉽게 이

           해하게끔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둔황이 역사의 무대에 처음 중
           요하게 등장하는 한나라 때부터 불교문화가 흥성하고 거대한 규모의 석굴

           이 창건되던 수당 시대를 지나 1천 년 가까이 밀봉되었던 장경동이 운명처
           럼 세상에 드러난 순간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둔황 불교가 한창 융성하던 때 창건된 거대한 석굴들을 누가, 언
           제, 왜 지었는지 설명하고 석굴 내부의 벽화, 소조상의 상징과 의미를 알

           기 쉽게 설명하는 대목은 둔황을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배
           경지식을 전해준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유럽과 일본의 발굴단이 발굴이라

           는 명목으로 석굴을 훼손하고 주요 유물을 헐값에 사들여 해외로 반출한
           사건, 1940년대부터 지금까지 중국의 지식인들이 둔황 유적을 도굴과 자

           연 풍화의 위험에서 지키고 보존하려 애쓴 노력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둔황
           의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외국의 발굴단은 석굴 벽에 그려진 벽화까지

           갖은 방법을 동원해 떼어갔다. 벽화를 떼어낸 석굴 벽이 푹 파여 빈자리만
           휑뎅그렁하게 남은 사진은 깊은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끼게 한다. 둔황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면 막고굴의 벽화도 훨씬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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