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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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다. 풀이하자면, 사람을 덜 만나야 말을 적게 하는 법이요 원한을 잊

            어야 걱정을 적게 하는 법이다. 무례한 사람에게 화를 내지 않기란 어려
            우며 아름다운 사람에게 흑심을 내지 않기도 어렵다. ‘어떤 음식이든 맛

            있게 먹는 것’은 얼핏 인간관계와는 무관하게 섭생攝生과만 관련된 항목
            을 보인다. 그러나 그 맛을 충분히 음미하며 식사를 하려면, 혼자 먹거나

            최소한 좋은 사람들과만 먹어야 한다.



              “기대 없이 … 인내하자”



              사람을 만나면 흔히 밥을 먹는다. 밥 먹는 입으로 말도 한다. 대화의
            절반 이상은 거기에 없는 사람들을 씹는 것이다. 술까지 마시면 더 많이

            씹게 된다. 없는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이 강할수록 있는 사람들끼리의 유
            대감은 두터워진다. 우정의 기본은 배타排他이다. 정치의 기본 역시 내 편

            과 남의 편을 가른 뒤, 내 편을 남의 편보다 1명 더 많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그 중요한 한 명이 되고자 그 누군가도 열심히 정치를 한다. 그렇다.

            우리가 사람을 만나는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돈을 벌
            든 인맥을 쌓든 정을 쌓든 외로움을 해소하든 스트레스를 해소하든 성욕

            을 해소하든…. 물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사람 만나는 걸 아예
            끊거나 비난할 것은 못 된다. 운명이다. 다만 이용이 잘 안 되니까 실망하

            는 것이고, 상대방이 마음처럼 안 움직여주니까 상처받는 것이다. 그럼에
            도 술자리가 탐난다면? 사랑하자, 기대 없이. 인내하자, 사심 없이. 나 역

            시 그들에게 고작 사람일 뿐이니까.


             곰글    1975년생. 연세대 철학과 졸업. 2002년부터 불교계에서 일하고 있다. 9권의 불서佛書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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