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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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청정한 가람인데 어째서 티끌이 있습니까.”

                “티끌이 또 한 점 생겼구나!”  - 『오등회원五燈會元』에서



              조주 선사는 무심히 청소를 하고 있었다. 비질을 한다는 생각도, 비질
            을 하고 있는 내가 있다는 생각도 없다. 행위와 자아가 일치된 상태다. 그

            런데 스님 하나가 다가와서 이 평온을 깼다. 대뜸 “화상은 대선지식이신
            데 어째서 마당을 쓸고 계십니까”라며 돌멩이를 던진다. ‘화상’은 어른 스

            님을 우러르는 존칭이며, ‘대선지식’은 불교의 큰 뜻을 가르쳐주는 인자한
            스님인데 거기다 크기[대]까지 한 스님이라는 극존칭이다. 객승의 발언은

            ‘큰스님이라면 웃전에 앉아 아랫사람들에게 손가락이나 까닥해 지시하면
            될 일이니, 체면 보존하고 그만두라’는 거다. 얼핏 존경의 마음을 담은 만

            류 같지만, 듣는 입장에선 ‘지체 높으신 분이 왜 허드렛일 따위나 하고 있
            느냐’는 조롱으로 이해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심사가 뒤틀린 조주가 “티

            끌이 들어왔다”며 넌지시 불쾌감을 드러낼 만하다.
              불쑥 나타난 스님은 예의가 바른지는 몰라도 눈치가 백치인 건 분명하

            다. 남의 속도 모르고 자꾸 불에다가 땔감을 밀어 넣는다. “이미 청정한
            가람인데 어째서 티끌이 있습니까.” 시력은 멀쩡한데 심안心眼은 형편없

            다. 조주의 가슴속엔 산불이 났다. ‘큰스님은 청소를 하면 안 된다’는 분
            별심, ‘그럼에도 청소를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이라는 자의식, ‘큰스님인데

            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모멸감 등등 중생심이 범람하는 중이다.
            “티끌이 또 한 점 생겼구나!” 불청객이 자리를 뜨지 않는 한 온 사방이 쓰

            레기더미가 될 참이다.
              감정노동이란 타인의 감정을 상대하는 노동이다. 흔히 텔레마케터나

            백화점에서 일하는 판매직을 떠올리지만, 민원인을 응대해야 하는 하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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