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고경 - 2019년 5월호 Vol.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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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도 감정노동자다. 보통의 회사원들도 감정노동을 해야 하는데 상
관을 어쩔 수 없이 대면해야 할 때다. 포괄적으로 보면 사람의 얼굴을 맞
대야 하는 일이라면 모두 감정노동이다. 끊임없이 환자를 진찰하고 하소
연을 들어줘야 하는 의사라는 직업도 감정노동이겠다. 다만 일반적인 감
정노동자보다 돈을 훨씬 많이 번다는 것이 차이점일 뿐.
감정노동은 억지춘향이다. ‘직장인이 사람을 대하는 업무를 수행할 때
에 조직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감정을 자신과 감정과는 무관하게 의
무적으로 행하는 노동’을 가리킨다. 쉽게 말하면 울고 싶은데도 웃어야
한다는 것이고, 손님이 아니라 건방을 떨고 막말을 일삼는 ‘손놈’의 감정
도 떠받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생글생글 웃으며 당신에게 인사하는 가
게 주인이나 스튜어디스는 정말로 당신이 반가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그래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사회적 위치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
다. 이와 동시에 감정노동을 잘해야만 더 이상 감정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기회가 주어질 확률이 높기에, 그들은 오늘도 열심히 감정노동을 한
다. 고위직일수록 사람의 감정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자리이고 그의
감정 따윈 아랑곳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다.
괴로우면 생각이 많아지고 즐거우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곧 생각은
그가 고통스러운지 아닌지 고통스럽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보여주
는 증거다. 더욱이 대부분의 생각은 그냥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외부
에서 부정적 자극이 올 때 그에 대한 반응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부당하
고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되면 절망에 빠지고 끙끙 앓으며 보복을 다짐한
다. 그리고 부당하고 억울한 일은 필시 사람이 가지고 온다. 『동의보감』에
나타난 일곱 가지 양생법은 알고 보면 대부분 ‘인간관계의 축소와 정리’를
가르치고 있다. 침을 자주 삼키고 기름기 적은 음식을 먹으라는 정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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