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19년 6월호 Vol.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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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처님께 흙을 보시하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의 얼굴이 깨진
금강역사는 금강저를 들고 부처님을 호위하고 있으며, 금강역사 뒤의 승
려는 부처님과 함께 죽림정사를 나섰던 아난존자이다. 삼각형의 모자와
원피스를 입고 흙을 보시하는 어린 아이의 복장은 간다라 미술을 꽃피운
쿠샨인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북인도에 위치한 간다라에서는 흙을 보
시하는 아이가 아소카왕이 아니라 쿠샨제국의 가장 위대한 왕인 카니시
카 대왕임을 의미한다. 부처님께 시주하는 인물이 바로 카니시카임을 강
조한 표현법으로 스와트박물관의 <사진 4>는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스와트박물관 소장의 <사진 5>의 흙을 보시하는 어린 아이는 짧은 원
피스를 입고 있고, 뒤에 서 있는 어린 아이 역시 두 손으로 흙을 들고 짧
은 하의下衣를 걸치고 있다. 그 뒤에는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또다른
어린 아이가 표현되어 2명이 아니라 3명의 어린 아이가 등장하고 있다.
왼손으로 금강저를 들고 오른손은 허리에 대고 서 있는 금강역사는 얼굴
은 파손되었지만 단련된 근육질의 상체를 통해 헤라클레스 모습을 차용
한 것을 알 수 있다.
기원정사를 보시한 급고독 장자 이야기와 어린 아이였을 때 부처님께
흙을 공양올린 아소카왕의 전생 에피소드는 훌륭한 스승이신 부처님을 만
났기 때문에 지금까지 선연善緣으로 회자되고 있다. 부처님과 관련된 보시
에 관한 두 에피소드는 불교미술의 주제로 또는 시주를 권하는 권선문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로 조선시대 불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근자 「간다라 불전도상佛傳圖像의 연구」로 문학박사학위 취득,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겸임교수, 강원
도 문화재전문위원. 저서에 『조선시대 불상의 복장 기록 연구』, 공동 저서로 『치유하는 붓다』·『간다
라에서 만난 부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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