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고경 - 2019년 6월호 Vol.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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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의발衣鉢을 내려주지 않았다. 결국 사실상의 분산증여가 이뤄지고 여
러 아들들이 스승으로 나서는데, 이를 ‘오가칠종五家七宗’이라 한다. 남악
회양南嶽懷讓은 여러 스승 가운데 하나였고 남악의 후계자인 마조도일馬祖
道一은 오가칠종 가운데 하나인 홍주종洪州宗의 우두머리가 되어 중국 대
륙 전체가 알아주는 큰스님이 되었다. 남전보원南泉寶願은 마조의 여러 제
자 가운데 하나(‘泉’의 독음은 ‘천’이다. ‘남전’은 본디 ‘남천’이라 써야 옳다. 그러나 한
국불교에서는 으레 남전이라 읽는다. 발음을 쉽게 하려다 보니 일종의 음운탈락이 이뤄
진 것 같다.)이며 조주는 남전을 이었다.
방장(方丈, 스님들의 수행공동체인 총림의 수장)이었던 남전은 누워
있었다.
조주가 인사를 하러왔다.
“어디서 왔느냐?”
“서상원瑞像院에서 왔습니다.”
“상서로운 모습[서상瑞像]은 보았느냐?”
“상서로운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만 누워 계신 여래를 봅니다.”
남전이 벌떡 일어나며 다시 물었다.
“너는 주인 있는 사미沙彌냐, 주인 없는 사미냐.”
“정월이라 아직 날씨가 차갑습니다. 부디 스님께서는 기거하
심에 존체 만복하시옵소서.”
남전이 유나(維那, 총림의 2인자)를 불러 말했다.
“이 사미에게 특별한 자리를 내어주도록 하라.”
기록에 따르면 조주는 남전을 7세 때 처음 만났다. 그런데 일곱 살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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