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고경 - 2019년 6월호 Vol.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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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74호 |  『조주록』 읽는 일요일 4



                              짚신이 부처님이다



                                                               곰글 | 불교작가





              신라 말기, 어느 젊은이가 출가해 무염無染 선사를 시봉하고 살았다.

            무염은 악독했다. 청년이 밥을 짓기 위해 아궁이에 솥을 걸었는데, 무염
            은 솥의 위치가 잘못됐다며 건건이 트집을 잡았다. 무려 아홉 번이나 다

            시 걸게 했으나, 청년은 단 한 번도 군소리를 하지 않았다. 청년에게 ‘아
            홉 구’에 ‘솥 정’, 구정九鼎이란 법명이 붙게 된 연유다. 그만큼 구정은 우

            직했고, 무식했다. 글을 몰랐다. 어느 날 “즉심卽心이 부처다(마음이 곧 부처
            다)”라는 무염의 법문을 ‘짚신이 부처다’로 잘못 알아들었다. 그러나 구정

            은 무염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스승이 허튼 소리를 할 리가 없었다. ‘짚
            신이 부처다’를 화두로 한 우물 파듯 정진한 끝에, 비로소 도통했다.




              “어디서 왔느냐?”


               선종에서 스승이 제자에게 자신의 깨달음을 전하는 일을 전법이라 한

            다. 깨달음을 등불에 빗대 전등傳燈이라고도 한다. 스승은 가장 마음에 드
            는 제자에게 자신이 사용하던 가사袈裟와 발우鉢盂를 증여하며 적자嫡子

            로 삼았다. 초조 달마가 혜가를 2조로 삼은 것이 최초의 전등이다. 달마(1
            조)가 혜가(2조)에게 혜가는 승찬(3조)에게 승찬은 도신(4조)에게 도신은 홍

            인(5조)에게 홍인은 혜능(6조)에게 등불을 건넸다. 한편 혜능은 특정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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