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19년 6월호 Vol.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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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 할 수 있는 언변이 아니다. 어른의 머리꼭대기 위에서 놀고 있다.
‘서상원’은 중국 동부 안휘성에 있으며 남전이 창건한 사찰이다. ‘상서로
운 모습은 보았느냐?’ 아이가 서상원에서 지냈다하니 공부가 얼마나 됐
는지 짐짓 떠보고 있다. 물론 상대가 코흘리개이니 그저 농담조로 가볍게
물어본 것일 터이다. 하지만 아예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우물쭈물할
줄만 알았던 어린 조주의 대답이 기가 막히다. 정황상 ‘누워 계신 여래’란
남전을 가리킨다. 살아계신 부처님을 뵈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최고
의 극찬이다. 갑자기 나타난 아이가 별안간 비행기를 태워주는데 남전이
벌떡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너는 주인 있는 사미냐, 주인 없는 사미냐.’
사미란 아직 정식으로 비구계를 받지 않은 예비승을 가리킨다. 첫눈에 반
한 남전이 조주를 자신의 아이로 삼으려 한다. 조주 역시 남전의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이는데, 응낙의 형식이 매우 융숭하다. ‘기거하심에 존체
만복.’ 회장님이나 어버이수령님에게나 쓸 만한 수사를 쓰고 있다. ‘특별
한 자리를 내어 주거라.’ 초고속 승진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그 사람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 내 마음을 기
준에 두면 남들은 귀신같이 알아보고 얼씬도 않는다. 무엇이 그 사람의
마음이겠는가. 자기애는 인간의 본성이다. 사탕발림을 반가워하지 않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지위와도 인격과도 관계없이 즐거워진다. 상대방을
치켜세우며 말로 띄워주면 상대방은 쉽게 넘어온다. 적을 칭찬하면 적의
경계가 흐트러진다. 그래서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일수록 친절하고 상냥
하게 대해야 그가 해코지를 하지 않는 법이다. 결국 예의바른 처신은 그
를 이용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인 셈이다. 사회생활을 오래 하고 인간관계
를 오래 하면서 세상은 결국 인간관계라는 것을 배웠다. 성공도 인간관계
덕분이요 실패도 인간관계 때문이다. 가면을 쓰는 건 거짓이 아니라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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