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고경 - 2019년 6월호 Vol.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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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것도 안다. 어릴 적부터 될성부른 나무였던 조주는 괜한 자존심 탓

           에 어른도 잘 못하는 일을 능란하게 해내면서 교훈을 주고 있다. ‘어차피
           인간人間이란, 인간들 사이에서만 인간이다. 인간들 사이에서 잘 살아야

           만 더 좋은 인간이 될 수 있고 더 나은 인간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 눈치
           껏 살아라.’

             어느 날 남전의 회상에서 동서東西 양당의 대중이 고양이를 놓고 다툼
           을 벌였다. 남전이 고양이를 들어 올리고는 “바로 이르지 않으면 베어버

           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대중은 말을 못했고 고양이는 두 토막이 났
           다. 한바탕 일을 치르고 나서 남전이 조주를 불렀다. 고양이 살해사건과

           관련해 조주의 의견을 묻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조주는 아무 대꾸가 없었
           다. 다만 신고 있던 짚신을 벗어서 머리에 이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남

           전이 크게 한숨을 쉬며 혼잣말로 뇌까렸다. “그때 자네가 있었더라면 고
           양이를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자네가 있었으면 고양이를 살릴 수 있었을 텐데…”



             남전과 조주의 애틋한 관계는 ‘남전참묘南泉斬猫’의 일화에도 나타난다.

           남전이 고양이를 베어버렸다는 ‘남전참묘’는 유명한 화두이고 난해한 화
           두다. 동당東堂과 서당西堂은 주지에서 물러난 원로 스님들이 거처하는 공

           간이다. 큰스님들에게는 따르는 무리가 많을 터이므로 동당과 서당은 각
           각 세력이 상당한 문중을 뜻한다. 상식적으로 스님들이 고양이 한 마리

           를 갖겠다고 싸울 가능성은 희박하다. 고양이는 어느 파벌에서 주지를 가
           져가느냐와 같은 패권을 상징하지 않나 싶다. 동당과 서당을 통틀어 전

           체 대중을 지도하는 방장이었던 남전 입장에서는 그들의 자리싸움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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