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고경 - 2019년 6월호 Vol.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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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의 내용은 제목이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코끼리 발자국의 비유’가 핵
심이다. 땅 위를 걸어 다니는 동물 중에서 발이 가장 큰 동물은 코끼리다.
제아무리 사나워도 사자의 발자국은 코끼리의 발자국 속에 들어간다. 이렇
게 모든 동물의 발자국은 코끼리의 발자국 속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코끼리의 발자국으로 상징되는 것은 다름 아닌 사성제四聖諦의
진리를 말한다. 「상적유경」에서는 “뭇 교설은 사성제로 집약된다.”고 결
론짓고 있다. 사성제는 불교의 모든 가르침을 포괄하는 것이며, 모든 불
교교설은 사성제로 수렴된다는 것이다. 사성제는 부처님께서 깨달은 연
기緣起의 이치를 담고 있는 교설이며, 팔정도로 제시된 중도中道의 이치를
담고 있는 교설이기 때문일 것이다.
상술한 바와 같이 초기불교에서는 사성제가 모든 교설을 포괄하는 가
르침이라고 했다. 반면 삼론종을 체계화한 가상길장은 『중론中論』이야말
로 코끼리의 발자국과 같이 불교의 모든 이치를 포괄하는 교설이라고 보
았다. 길장은 『중론』 또는 『중관론』이라는 용수의 저작에 등장하는 제목에
대한 설명, 즉 해제解題를 통해 이와 같은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다.
길장은 『중관론소』에서 ‘중론中論’에서 ‘중中이란 소전의 이치[소전지리所詮
之理]’로써 불교의 근본원리를 표방하는 것이며, ‘논論이란 능전의 가르침[능
전지교能詮之敎]’으로써 중이라는 근본원리에 대해 설명이라고 했다. 길장은
중이란 불교사상의 근본원리이므로 ‘중에 섭수되지 않은 이치는 없다[무리
불섭無理不攝]’고 보았다. 「상적유경」이 불교교리는 사성제에 모두 포함된다고
한 것처럼 길장은 불교의 모든 이치는 중의 이치에 포함된다고 보았다.
성철 스님은 길장의 이런 견해에 대해 “불교의 모든 종파가 이 『중
론』에 기본을 두고 『중론』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전제하며 “중을 내려놓
고 불교가 설 수 없으며, 중은 불교의 근본원리”라며 길장의 견해를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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