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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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선사는 물과 차가 잘 어우러져도
중정을 잃을까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중정은 다신茶神의 건전, 수성水性의
신령을 아우름에 있기 때문이다. 즉 체體와 신身이 서로 어우러지면, 건健
과 영靈을 함께 얻기 때문이다. 여기에 초의의 ‘중정’의 다도 정신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초의는 진정한 다도에 이르는 과정을 이렇게 묘출하고
있다.
차 따기는 묘를 다하고 만들기는 정성을 다하며
채진기묘 조진기정採盡其妙 造盡其精
물은 진수를 얻고 달이기는 중정을 얻어야 하며
수득기진 포득기중水得其眞 泡得其中
체와 신이 서로 화합하고 건영이 함께해야 한다.
체여신상화 건여영상병體與神相和 健與靈相倂
이에 이르면 다도는 다 이루어진 것이다.
지차이다도진의至此而茶道盡矣
초의의 ‘중정의 묘’는 다도의 진수가 어디에 있는가를 말해 준다. 즉,
이른 아침에 찻잎을 딸 때는 현묘함을 다하고, 찻잎을 지극정성으로 법제
해야 하며, 차를 우릴 때는 진수眞水를 얻어야 하고, 차를 달일 때 불의 세
기는 그 중정中正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체體인 물과 신[정신精
神]인 차가 서로 어울려 건실함과 신령함이 함께 하게 되고, 이 경지에 이
르면 다도를 완성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를 마시며 신과 체를 조
화롭게 하고 건과 영을 얻어 집착함이 없는 경지에 이르면 곧 무착바라밀
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초의는 차를 준비하고 향유하는 전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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