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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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물소리와 솔바람 소리 들으며 차를 마시고 나직이 흐르는 냇물을 보

           다보니 느긋한 생각에 돌아갈 때를 잊었다는 것이다. 잠시 자연의 무정
           설법을 들으며 깊은 차향에 취하여 저녁 예불 참석을 잊었다는 점에서

           다선일여의 경지를 읽어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초의에게는 조용한 곳을
           찾아 가부좌 틀고 앉는 것만이 선이 아니었으며 현실의 일상생활과 선

           이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할 수 있다.
             고려시대 이규보는 ‘한 잔의 차는 곧 참선의 시작’이라고 했다. 마찬가

           지로, 초의에게도 차와 선은 별개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차 한 잔을
           마시는 데서도 법희선열法喜禪悅을 맛본다고 하였던 것이다. 이는 차 안

           에 부처님의 진리[법法]와 명상[선禪]의 기쁨이 다 녹아있다는 것을 의미
           한다. 초의의 이러한 면모는 차를 마셔 ‘몸이 맑은 경지에 오르다[신상청

           경身上淸境]’에서 선명히 표출되고 있다.


              옥화 한잔 기울이니 겨드랑에 바람 일고
              일경옥화풍생액一傾玉花風生腋

              몸은 가벼워져 벌써 맑은 경지에 올랐네
              신경기섭상청경身輕已涉上淸境

              밝은 달은 촛불이 되고 또 벗이 되며
              명월위촉겸위우明月爲燭兼爲友

              흰 구름은 자리 펴고 병풍을 치누나.
              백운포석인작병白雲鋪席因作屛


             현묘한 경지에 이를 수 있게 하는 맑은 차 한 잔을 마신 후의 선미禪味

           를 간결하고도 멋지게 담아내고 있다. 푸른 옥색 같기도 하고 연한 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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