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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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통해 법희선열法喜禪悅을 맛본다고 하였다.

              초의와 동갑이며 42년간의 ‘금란지교金蘭之交’로 지낸 추사 김정희는 초
            의가 선에 든 모습을 보며 지은 시 구절이 있다. “고요히 앉아 참선하는

            곳(공간)에서는 차를 마시고 반나절이 지나도록 그 향기가 한결 같이 그윽
            하고, 허공처럼 순수하게 마음을 쓰는 때(시간)에는 물이 흐르고 꽃이 피

            듯 진리에 어긋남이 없다[정좌처靜坐處 다반향초茶半香初 묘용시妙用時 수류화개水
            流花開]” 내용은 초의의 선다일여의 경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

            이 시공을 뛰어 넘은 차정신은 ‘모든 법이 둘이 아니며 선과 차도 한 경지
            [제법불이諸法不二 선다일여禪茶一如]라고 할 수 있다. 초의의 선과 차가 둘이

            아니고 시와 선이 둘이 아닌 불이사상은 산골 물가에서 벗들과 차를 마시
            며 시흥을 즐기다 저녁예불시간을 잊었다는 시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새소리 듣다가 저녁 예불을 쉬었고             청조휴만참 聽鳥休晩參

               옛 산골 물가에서 늦도록 노닐었네.            박유고간수 薄遊古澗 陲
               아름다운 시구에 흥겨움 남기고                 유흥뢰가구 遺興賴佳句

               좋은 벗 만나 마음을 털어놓네.                  상심회양지 賞心會良知
               바위 사이 흐르는 샘물소리                       천명석란처 泉鳴石亂處

               바람 속에 솔소리 함께 온다네.                  송향풍래시 松響風來時
               차 마시고 조용히 흐르는 냇가에서             다파임유정 茶罷臨流靜

               느긋한 생각에 돌아갈 때를 잊었네.            유연망환기 悠然忘還期



            어찌 선사께서 예불 시간을 잊을 수가 있을까? 분명 화자는 산골짜기
            물가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시구로 시흥을 더하고, 좋은 벗 만

            나 흉금을 터놓고 법담을 즐겼을 터이다. 그리고 바위틈으로 졸졸 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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