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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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같기도 한 영롱한 옥화차 한 잔 들고나니 겨드랑이에 바람이 이는 듯

            하고, 몸은 한결 가벼워져 맑은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선사의 이러한 다선일여의 의미를 한결 극화해주는 것은 밝은 달과 흰 구

            름만을 유일한 벗으로 삼는 찻 자리이다.



               대숲 소리 솔바람 소리가 시원도 하여              죽뢰송도구소량 竹籟松濤俱蕭涼
               맑고 차가운 기운 뼈와 가슴에 스미네.  청한영골심간성淸寒瑩骨心肝惺

               흰 구름 밝은 달 두 손님만 허락하니              유허백운명월이우 唯許白雲明月爲二友
               도인의 찻 자리 이보다 좋을 손가.               도인좌상차위승道人座上此爲勝


              ‘대숲 소리 솔바람 소리’를 ‘찻물 끓는 소리’에 비유하고 있다. 시원한

            대숲 소리와 솔바람소리 같은 차향의 맑고 차가운 기운이 뼈와 가슴에 스
            며든다는 선사이다. 여기에는 세외지심의 성성적적한 선사의 다선일여의

            경지가 그대로 함축되어 있다. 한편, 초의는 차를 마시는 법도에서 손님
            이 많으면 시끄럽고, 시끄러우면 아취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혼자 마시

            는 차를 신(神, 신비의 경지에 들고)이라 했고, 둘이 마시면 승(勝: 아주 좋다)이
            라 하였다. 그래서 번다함을 멀리하고 밝은 달과 흰 구름만을 벗 삼아 차

            를 마시는 자리는 곧 말을 끊고 생각을 끊은 자리, 즉 선경禪境에 노니는
            도인의 찻 자리인 것이다. 이처럼 초의가 차나무를 가꾸고 차 맛을 즐기

            면서 ‘풀옷’ 법명에 걸맞은 무욕의 삶을 산 것은 바로 그가 추구하는 불이
            선不二禪의 세계였던 것이다.



             백원기   문학평론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전 국제포교사회 회장, 전 한국동서비교문
             학회 부회장. 저서로 『선시의 이해와 마음치유』, 『불교 설화와 마음치유』, 『숲 명상시의 이해와 마음
             치유』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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