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P. 33

『   』 제75호 | 화두로 세상 읽기 14



                                남에게 속지 말라



                                                           김군도 | 자유기고가





            서암언 화상이 매일 스스로 주인공! 하고 부르고 스스로 예! 대답하면서 이내 말하기를 “깨달
            음에 명확히 이르렀는가?” 묻곤 “네!” 답했다. “금일 이후에 절대로 남에게 속지말라.” 하며 스
            스로 “네! 네!” 답했다.
            瑞巖彦和尙, 每日自喚主人公, 復自應喏, 乃云 : “惺惺著.” “喏.” “他時異日, 莫受人瞞.” “喏
            喏.” (『무문관』 제12칙)

              다른 사람의 속임에 넘어가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속임이란 본

            래 상대를 자신보다 하수에 두고 깔볼 때 이루어지는 일이다. 즉 약점과
            허점을 상대에게 보이게 되면 상대방은 언제든 기회 있을 때마다 나를 얕

            잡아보고 골탕 먹이기 일쑤다. 단순히 상대가 골려먹는 것으로 만족한다
            면 일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겠지만 어떠한 큰 이권을 놓고 속임수를 쓴다

            면 내가 받을 상처는 작지 않을 것이다.



              소와 호랑이의 차이



              서암언(瑞巖彦 850∼910) 선사는 덕산선감(德山宣監 778~863) 선사의 법손法孫
            이고 암두전활(巖頭全豁 828~887) 선사의 법사法嗣로 보다 정확한 이름은 서

            암사언瑞巖師彦이다. 정확한 생몰연대는 알 수 없다. 전하는 바로는 천성이
            매우 둔하여 스승인 암두전할 선사도 깨달음에 이르긴 어렵다고 보고 잘

            돌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수행이 본디 금을 제련製鍊하는 것처럼 수



                                                                        31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