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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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75호 | 달과 손가락 사이 3



                         하염없이, 산길을 헤매다


                                                 최재목 | 시인·영남대 철학과 교수






             부처님 오신 날

             나도 따라 왔다
             내 버릇도, 붉은 입술도, 자식들의 고단한 인생도

             함께 따라왔다



             부처님 오신 날
             무명無明도 함께 따라왔다

             그 그림자도 쓸쓸히 따라오며
             피었다 시들고,

             뼈아픈 고통의 이파리가 푸르러
             부처님을 묻어버렸다



             꽃처럼 가신 부처님을, 꽃처럼 오리라 믿고

             강물처럼 떠난 부처님을, 강물처럼 오리라 믿는
             바보 같은 인생이

             하루 종일 피었다 지는데,
             아무도 오지 않는 적막 속으로

             거미줄이 늘고, 거짓말이 먼지처럼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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