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8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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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니냐는 반론이 날카롭다. 그러나 여기에 말문이 막힐 조주가 아니

           다. 구순피선이란 명성답게 별 어려움 없이 반론의 기를 꺾는다. 생각의
           경계에 빠져들어 헷갈리거나 우물쭈물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말하고 있

           다. 어찌 됐든 “지극한 도는 어려움이 없으니 오직 간택하지만 말라.” 부
           연설명 없이 신심명의 구절을 그대로 반복하는 행위는 ‘간택하지 말라는

           것도 하나의 간택이라는 것도 간택일 뿐’이라는 되치기다. 깊게 생각해봐
           야 뾰족한 방도는 없으니 그쯤에서 그만두라는 거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언제나 제자리걸음이다. 기껏해야 꼬리나 물 줄 안다.
             여하간 내가 잘 살기 위해 내가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잘 산다

           고 해서 세상이 잘 살지는 않는다. 나는 가만히 고분고분 서 있는데 돌연
           세상이 불어와 가지를 거세게 흔들거나 심지어 내 나무를 뿌리까지 뽑아버

           리는 수도 있다. 운명 앞에서 간택은 무의미하다. 어쩌면 바람도 살아야 하
           니까, 자기도 잘 살아보려니까 내게 패악을 부리게 된 것이리라. 곧 나의

           생각은 나의 삶 안에서만 유효하다. 남들의 삶이 와 괴롭히면 대책이 없다.
             자아는 불완전하다. 육단심과 연려심과 집기심은 한계가 명확하다. 견

           실심만이 참다운 생각이요 삶의 희망이다. 술 취해서 나불거리는 마음을
           견실하다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즐거워서 들뜬 마음도 그렇지 않다. 슬퍼

           서 하소연하는 마음도 두려워서 벌벌 떠는 마음도 매한가지다. 반면 맡은
           바 일을 성실히 하면 견실하다고 한다. 시련을 굳세게 견디면 견실하다

           고 한다. 일이 잘못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곰곰
           이 생각을 하되 생각을 하는 그 힘으로 동시에 실행하라. 묻지도 따지지

           도 말고 지금 주어진 일을 하라. 그냥 하고 빨리 하라.


             곰글    1975년생. 연세대 철학과 졸업. 2002년부터 불교계에서 일하고 있다. 9권의 불서佛書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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