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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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진다. 혀가 맛보지 못하면 독약을 들이키기 쉽고 몸이 고통을 모르면

           과다출혈로 죽기 쉽다. 감각은 결국 생존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생각
           도 마찬가지다. 위험이 닥치거나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갈 때마다 사람은

           온힘을 다해 끙끙 앓는다. 결국 생각이란 일종의 방어본능이어서, 내게
           좋은 것만을 바라거나 내게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게 마련이다. 결론적

           으로 좋은 생각이란 당장 내게만 좋은 생각이다. 객관적 진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무념이란 생각하면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無念者 于念而不念.”                            『육조단경』



             조사선의 개념을 정립한 인물은 중국 선종의 6조 혜능이다. 그는 『육
           조단경』에서 자신의 종파는 무념위종無念爲宗이라고 규정했다. 무념을,

           곧 생각하지 않음을 근본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생각하면서 생각하지 말
           라’는 건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이겠다. 앞서 밝혔듯이 생각이

           란 착오이거나 번뇌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인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다. 물론 살면서 생각을 떠날 수는 없다.



             ‘생각하면서 생각하지 않는 것’ 필요



             돈을 벌려면 생각해야 하고 결혼을 잘 하려면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마음은 모두가 각자의 몸에 종속되어 있고 몸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부지
           런히 뛰어야 하는 것이 마음의 운명이다. 육단심이든 연려심이든 집기심

           이든 나의 이익을 위한 생각으로 수렴되고 귀결된다. 다만 생각에 휘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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