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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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한테 전화가 걸려 와서, “이를 뽑고 누워있다”고 하니,

                 대뜸 하는 소리가 “누구하고 싸웠습니까? 이제 세상과 너무 싸우지 마
              세요”라고 한다

             “예, 자중하겠습니다”라는 말만 하고,
             부끄러워서 얼른 끊었다



             생각해보니, 참 오랜 세월 세상과 멱살 잡고 싸워온 게, 분명했다

             그게 누군지도 모르고, 왜 그런 줄도 모르면서…



             뺨을 몇 대 더 맞고 나면, 아랫니마저 빠질게 끔찍하여
             이제 그만 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풀꽃에 내 인생을 묻다




             지난 달 네 고랑, 오늘 다섯 고랑

             삽질, 괭이질로 천천히 흙을 파서 일굽니다
             아직도 다섯 고랑이 더 남았습니다만,

             힘에 부쳐 오늘은 고만 할랍니다
             팔공산 한 구석에 햇살이 따뜻해

             밭두렁에 퍼질러 앉아 쉽니다


             잠시 바닥을 처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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