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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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전쟁도, 고통도, 슬픔도

              하나 구원하지 못하는
              구름과 바람과 쓸쓸함을 쳐다만 보고 있다

              아, 부처님은 애당초
              그렇게 오셨다

              그렇게 가셨다, 하니



              하루 종일
              그렇게 오실 것만 생각하고, 그렇게 가실 것을 알지 못해

              여래如來와 여거如去
              두 분의 부처를 업고

              나는, 하염없이 산길을 헤매고 있었다









                               이제 그만 싸우자




              흔들리다 결국 금이 가버린 윗니를 뽑고 와서,

              우울하게 누워있었다
              하나 둘, 비어가는 치아가 좀 서러웠다



              어쩌면 내 삶도, 그렇게 차츰 이빨이 빠져나가

              가벼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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