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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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글쎄, 여기저기 온갖 자잘한 꽃들로 가득한데요,
세상이 송이송이 이렇게 많이도 피어나는 줄을 몰랐습니다
나는 내 인생도 구석구석 좀 그랬으면 했습니다
이름 없는 곳에서, 이름 없이 흔들리는 잡초도
가장 아름다운 한 때가 있을 것 같아,
나는 그만 그것을 꺾어보았습니다
열 장의 흰 이파리,
보일 듯 말 듯 맑게 서로 달라붙은 조각조각이
하나의 원圓이 된 꽃은, 세상을 그렇게 온통
원으로 장식해댑니다
항상 그렇게 가장 아름다울 때도 모르면서,
피는 까닭도 모르면서
흔들리는 흰 자태만을 남기고
세상 그 어느 것과 눈 맞춤도 없이
모두 저 언덕으로, 피안으로 떠나갑니다
그곳이 어디인줄도 모르고, 가는 곳도 모르고
모두 흔들리며 떠나갑니다
밭두렁에 쪼그리고 앉아
오늘은 풀꽃에게 내 인생을 묻습니다
아니 차라리 내 인생을,
거기다 그냥 파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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