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고경 - 2019년 7월호 Vol.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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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집착하게 되면 오래 고통을 받거나 자살을 할 수도 있다. 그러므
로 ‘생각하면서도 생각하지 말라’는 혜능의 조언은 생각을 이용하되 생각
에 이용당하지 말라는 소리다.
생각이 지닌 단적인 특징은 분별과 선택이다. 이것과 저것을 나누고
안과 밖을 나누고 행복과 불행을 나누고 이익과 불이익을 나눈다. 문제
를 쪼개놓아야만, 내가 어디까지 피할 수 있는지 무엇까지 가질 수 있는
지 누구까지 내편이 되어줄 수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법이
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이로움이 될 것을 선택한다. 삶이 괴로운 까닭은
정말로 삶이 괴로워서가 아니라 내가 임의대로 생각을 잘라서 쓰던 버릇
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내 몫을 갈라놓고 나면, 나머지는 모두 나의
적으로 돌아선다. 또한 정작 내가 저버려놓고는, 나중에는 가지가 선택하
지 않은 것들에 대해 후회하거나 질투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렇다 저렇
다 생각하지 말아야만, 삶과 화해할 수 있다.
조주종심에게 누가 물었다. “‘지도무난 유혐간택至道無難 有嫌揀
擇’이라 했는데 이마저도 간택이 아닙니까?”
조주가 말했다. “어째서 그 화두를 다 인용하지 않는가?”
질문을 던진 자가 답했다. “거기까지만 기억합니다.”
조주가 답했다. “지도무난 유혐간택이다.”
‘지극한 도를 알기란 어렵지 않으니 오직 간택하지만 말라(至道無難 有嫌
揀擇)’은 선종의 3조 승찬이 저술한 「신심명信心銘」의 첫 구절이자 가장 유
명한 구절이다. 조주 역시 승찬의 경구警句를 인용하며 생각의 결점과 한
계를 지적하고 있다. 한편 간택하지 말라는 것도 하나의 간택 결국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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