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고경 - 2019년 8월호 Vol.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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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는 이상이며 그 자신의 해탈의 경계로 표상된다. 흰 구름, 푸른 산,

           석양을 받으며 돌아오는 새, 목련꽃, 계곡물 등을 통해 반야의 무정설법
           을 듣고 자비로운 문수보살을 그리워하는 것은 그 전형적인 예이다.



              흰 구름 끊긴 곳 푸른 산이요                   백운단처시청산白雲斷處是靑山

              해가 지는 하늘가 새는 홀로 돌아오네               일몰천변조독환日沒天邊鳥獨還
              세월 밖의 자비로운 모습 언제나 뵈오니  겁외자용상촉목劫外慈容常觸目

              목련꽃 피는 날에 물은 졸졸 흐르네                목란화발수잔잔木蘭花發水潺潺


             ‘글자 없는 책’을 펼치며 소요자재하며 살아가는 태능의 공적한 마음의
           경지가 잘 드러나 있다. 흰 구름이 걷히면 푸른 산이 드러나고, 해가 지면

           돌아오는 새의 모습을 보며 살아가는 산승이다. 늘 뵙는, 시공을 초월한
           문수보살의 자비로운 모습은 산승으로 하여금 탈속한 원융의 세계에 들

           게 한다. 목련은 나무에 핀 연꽃으로, 그 향기가 십리까지 퍼진다하여 목
           란木蘭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목련꽃 피는 봄날, 산승은 잔잔하게 흘러가

           는 계곡물에서 무정설법을 듣는다. 이러한 자연이 바로 설선당說禪堂이고
           선열당禪悅堂이다. 이처럼 태능은 담담하고 고요하게 자신을 자연과 합일

           함으로써 틈이 없는 원융세계를 획득하고 있다.





                                              백원기   문학평론가, 동방문화대학원대
                                              학교 석좌교수. 전 국제포교사회 회장,
                                              전 한국동서비교문학회 부회장. 저서로
                                              『선시의 이해와 마음치유』, 『불교 설화와
                                              마음치유』, 『숲 명상시의 이해와 마음치
                                              유』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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