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려둔 지상의 빈 밭고랑만 즐비했다 꿈이 더 괴로워, 할 수 없이 시장에 가 들깨 모종을 사서 장마가 시작된 날 다 심어 놓고 내려왔다 그동안 새들이 나를 얼마나 놀려댔을까 한동안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인 채 하늘을 쳐다보지 않았다 싹터오지 않는 땅을 무작정 믿고 기다렸던 내가 무엇 때문에 그토록 정직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면 안 되는 것일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