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고경 - 2019년 8월호 Vol.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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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새끼의 목을 번쩍 들어 올리고 한 손에 칼을 쥔 채 일갈했다. (당신

            이 고양이 새끼 목을 들어 올린 이유에 대해) “맞게 말하면 살려줄 것이요, 틀리
            게 말하면 즉시 목을 베어버리겠다” 하였으나 대중 누구도 이에 대답하지

            못했다. 화상은 주저 없이 고양이를 베어버렸다. 저녁이 되어서 외출했던
            조주가 돌아오자 화상은 낮에 있었던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자 조

            주가 아무 말 없이 신발을 머리에 이고 나갔다. 이를 지켜 본 화상은 “만
            약에 조주가 있었다면 고양이 새끼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말했다는 게

            이 공안의 내용이다.



              고양이를 단칼에 죽인 남전 선사



              그런데 여기에서 드는 의문이 하나 있다. 살생을 엄하게 금하는 불문
            에서 스승이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양이 새끼를 참수하는 살생을

            저질렀으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혹자들은 고양이 새끼를 단박에
            참수함으로써 시시비비에 빠져있는 제자들의 분별심을 타파하려는 스승

            의 엄중한 가르침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고양
            이 새끼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던 제자들은 ‘우리 당의 고양이’라

            며 싸웠던 자신들의 행동을 후회했을 터이고, 고양이를 지켜주지 못한 자
            신들의 부족한 수행력에 자괴감이 들어 눈물을 흘렸을 터이다.

              파격破格과 역설逆說을 가풍으로 삼는 선문에서 살생이란 깨달음으로
            이끌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이 공안에서 살생을 저지른 이는 남

            전화상이 아니다. 여전히 미망과 망상에 빠져 치열한 수행을 등한시하고
            있던 양당의 제자들이 공업共業의 살생자다. 그들은 고양이 새끼를 죽음

            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다. 신발을 머리에 이고 아무 말 없이 나가는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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