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고경 - 2019년 8월호 Vol.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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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76호 | 화두로 세상 읽기 15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김군도 | 자유기고가





           남전화상은 동당과 서당의 승려들이 고양이 새끼를 두고 서로 다투자, 그 고양이를 붙잡아들
           고 말했다. “내가 고양이를 집어 든 이유를 말한다면 살려줄 것이요, 그렇지 못한다면 죽이겠
           다.” 양당의 승려들 누구도 아무 말을 못했다. 그러자 남전화상은 고양이를 베어 버렸다. 밤
           늦게 조주가 외출에서 돌아오자 낮에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조주가 아무 말 없이 신발을
           벗어 머리에 이고 나가자 남전화상이 말했다. “만약에 네가 있었다면 고양이 새끼는 죽지 않
           았을 것을!”
           南泉和尙, 因東西兩堂爭猫兒, 泉乃提起云: “大衆道得卽救, 道不得卽斬却也.” 衆無對. 泉遂
           斬之. 晩趙州外歸, 泉擧似州, 州乃脫履安頭上而出. 泉云: “子若在卽救得猫兒.” 『무문관』 제14칙




             남전보원(南泉普願 748~834) 화상은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 선사의
           법을 이었다. 서당지장(西堂智藏 735~814)과 백장회해(百丈懷海 749~814)와

           함께 마조도일의 가장 뛰어난 3대 제자로 꼽혔다. 남전 화상의 속성은 왕
           王씨이며 현 하남성 개봉부 신정현에서 태어났다. 10세 때 출가하여 대혜

           선사를 찾아 수학하다 훗날 강서 마조도일 선사의 문하에 들어갔다. 스승
           의 강론이 있는 날이면 빠지지 않고 참청參廳했고, 곁에서 선수禪修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화상의 나이 47세 때 남전산南泉山에 선원을 짓고 정
           주定住했다.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았으나 그의 법력을 흠모해 사방에서

           1천명 가까운 납자들이 몰려와 대산문大山門을 이루었다.
             어느 날 동당과 서당의 제자들이 고양이 새끼 한 마리를 두고 서로 ‘우

           리 당의 고양이’라며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남전화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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