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고경 - 2019년 8월호 Vol.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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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없는데 딸이 죽었다니 친구들은 의아해 하며 공초의 집으로 달려갔다.

            공초는 병풍을 둘러치고 곡을 하는데 영락없이 초상집이었다. 그러나 사
            연인즉 평소 그가 딸처럼 애지중지 키우던 ‘안나’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죽

            은 것이다. 친구들은 어처구니가 없어 욕이라도 퍼부어 주고 싶었으나 끝
            까지 지켜주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애절한 마음이 담긴 장문의 재문을 엄

            숙하게 낭독하는 공초의 모습에서 화가 눈 녹듯 사라졌다. 더욱이 공초는
            고양이를 관에 넣고 대명동 공동묘지로 가 무덤까지 만들어 묻어 주었으

            니 이것이 당시 문단에 화제가 되었다. 문단의 지인들은 이 일화를 빗대
            ‘공초묘장空超描葬’이라 이름했다.

              지켜준다는 것은 이렇게 간절한 마음이 담긴 것이다. 우정과 사랑에
            금이 간다는 것은 지켜줘야 할 것을 지켜주지 못한 때문이다. 한낱 볼품

            없는 것인데도 억대를 지불하며 지켜내는 것은 잃어버릴 경우 억대를 뛰
            어넘는 후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

            안한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세월호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만일 양당의 승려들이 수행 본분에 전념하고 출가자가 지녀야 할 화합

            중和合衆의 원칙을 깨지 않았다면 고양이 새끼는 죽음으로부터 지켜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본의 아니게 지켜주지 못해 벌어지는 안타까운 일

            들이 없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나와서는
            안 될 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김군도   자유기고가. 선시 읽는 법을 소
                                               개한 『마음의 밭에 달빛을 채우다』를 펴내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오도송에 나
                                               타난 네 가지 특징」·「호국불교의 반성적
                                               고찰」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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