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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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인품이 좋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들이던지 마음에 쏘옥 들었던 모양이

           다. 반대하던 마음이 자연스레 사라지고, 이젠 ‘그래 언제 결혼할 거니’
           하는 물음으로 바뀌었다. 서른이 훌쩍 넘은 딸은 이번에도 개성 있게 반

           응했다.
             “꼭 결혼이란 걸 해야 하나? 그리고 그 친구도 결혼할 생각이 없대.”

             프랑스에서는 결혼이라는 형식을 우리처럼 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걸 알기는 했지만 현실의 내 일로 부딪치니 친구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

           었다. 헤어지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기회가 찾아왔다. 딸
           이 미국으로 다시 박사과정을 하러 가게 된 것이다. 자국민도 받기 어렵

           다는 장학금을 받아 가게 된 마당이니,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으로 유학을 간 딸은 여기 한국에 있는 프랑

           스 연인과 하루에 한 시간씩 화상통화를 하며 엄마인 친구의 전화는 바쁘
           다며 받지를 못했다.

             그 말을 듣고 헤어지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다른 친구들도 했던
           이번 여름, 드디어 모임에 나온 친구가 ‘내년에 결혼하기로 했다’는 발표

           를 했다. 결혼이라는 형식 자체를 싫어했던 프랑스 사위가 어떻게 결혼하
           기로 마음을 먹은 걸까? 들어보니 순전히 친구의 넉넉한 마음 씀 덕분이

           아닌가 싶다. 서울 시내 대학의 외국인 교수로 있게 된 딸의 남친이 집을
           얻는데 친구가 발을 벗고 나서서 여기 저기 발품을 팔아 원하는 집을 얻

           어주었는데, 그 마음 씀에 감동을 하지 않았나 싶다. 우리가 그렇게 말하
           자 친구도 부인하지 않는 걸 보니, 무심하게 쏟는 인정이라는 게 만국의

           공통 언어가 아닐까 싶다. 결국 사람 좋은 친구의 덕성이 통한 것이다. 결
           혼하기로 결심한 사위 감이 프랑스에 있는 부모에게 결혼하겠다고 메일

           을 보내자 그 어머니가 이렇게 답을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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