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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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자 친구는 미국에 있고 너는 한국에 있는데 결혼이 가능한

            지 의문이 든다.”
              친구는 결혼한 아들이 아내와 따로 떨어져 지내는 것을 원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며 그분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다음이 감동적이더라고.”

              바로 다음날 그 어머니가 다시 아들에게 이렇게 메일을 보내왔다는 것
            이다.

              “인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결혼인데 얼마나 네가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일이겠니? 그럼에도 어제 엄마가 내 입장에서 반대하는 마음을

            보인 것은 잘못된 일이다. 네가 결정한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것 자체도 수용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공부하겠다고 따로 떨어져 있겠다는 며느리를 얻고 싶겠
            어? 그런데도 아들의 결정을 절대적으로 신뢰해주며 축하해주는 입장을

            보인 것은 정말 감동적이더라.”
              그 말을 전해 들으면서 나도 정말 감동했다. 자식의 인생을 독립적으

            로 바라보고 어떤 결정도 수용할 줄 아는 부모가 되기란 쉽지 않은 것
            이다.

              “자식의 인생에 끼어들기만 하지 않으면 자식들은 알아서 제 길을 잘
            간다. 그런데 그들이 운전하는 길에 부모가 끼어들기를 하는 게 문제다.

            끼어들기는 사고만 유발할 뿐이다.”
              어느 스님에게 들은 말인데, 백번 옳은 말씀이지만 우리 부모들은 사

            랑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끼어들기를 하며 사는가.
              내년 5월쯤에 프랑스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는 친구의 말에 우리

            들 모두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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