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19년 9월호 Vol.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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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나의 결함으로 뼈저리게 다가온다. 돌아보면 모든 슬픔은 이기적
이었다. 수학 성적이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없어서 울었었고, 실연당해
서 울었었고, 마음의 병이 너무 막막해서 울었었고, 죽을병일 수도 있다
는 진단에 두려워서 울었었다. 전부 다 내가 죽겠으니까 죽는다니까 흘렸
던 눈물이고 게워냈던 통곡이다. 알고 보면 모조리 나 좀 알아달라고 제
발 이해해달라고 벌였던 울음들이다. 부끄럽고 한심한 일인데, 사람도 아
닌 죽음에게마저 동정을 구하며 구걸했던 것이다. 타인의 고통이 정말 슬
펐던 적이, 단 한 푼의 이해관계 없이 슬펐던 적이 과연 있었을까. 눈시울
뜨거워지는 일조차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利解가 아니었던 理解를
찾기가 바다에서 민물 찾기다. 불교에 관한 책을 수시로 써대는 데도 무
아無我에 대한 설명이 계속 서툴다고 느끼는 데에는 근본적이고 치명적인
원인이 있는 것이다.
어떤 유생儒生이 조주趙州 선사를 찾아왔다. 그는 조주가 들고 있던 주
장자拄杖子가 갖고 싶었다.
“스님, 부처님은 중생이 원하는 것은 뭐든 다 들어주신다면
서요?”
“응.”
유생이 이틈을 파고들어 주장자를 달라고 졸랐다. 조주는 정
색했다.
“군자君子는 자고로 남의 물건을 탐하지 않는다.”
“저는 군자가 아닌데요.”
“나도 부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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